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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의 럽플레이스 👨‍🌾👩‍🌾🚜 나의 작은 밭 L000389 - 꿈나무

2023.10.29 21:31 401

👩‍🌾👨‍🌾 나의 작은 밭 👩‍🌾👨‍🌾

 

지긋지긋한 도시에서의 일을 일단락 짓고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시작했다.


밭 사는 것도 문제고 농막 짓는 것도 문제고 하나 하나의 절차마다 산 넘어 산이었다.


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웬걸 무, 배추, 고추, 감, 비트 심는 족족 다 폭삭 망했다. 


열매 맺기 전에 식물이 썩어 말라비틀어졌고 벌레가 다 파먹었고 제대로 이쁘게 나서 기뻐하던 것도 잠시 막상 먹어보니 아무 맛도 나지 않던 나의 농작물들.


왜 상추에서 버석버석 종이 맛이 나는 걸까? 


마을 이장님을 쫄래쫄래 쫓아다니며 내 농사가 잘못된 이유를 캐물었다.


망하고 나니 망하는 이유는 분명 있었고 그 이유 또한 다양하고 다 맞는 말이라 웃기기도 했다.


뿌리가 적실 정도로 물을 줘야 했는데 흙 표면에만 물을 깔짝였고, 비료가 부족했고, 농약을 다른 집은 열번도 넘게 뿌렸다는데 나는 유기농을 표방한다며 한 번도 치지 않았고, 애초 심는 씨부터가 좋은 품종을 골라야 했는데 그걸 몰랐던 거다.

 

 

자 이제, 돈과 사랑과 농약과 시간을 투자해 키운 내 뿌듯한 대추들을 보시라!


요새는 제법 농사꾼의 티가 나는 내 모습을 보며 자찬하기도 하지만 머리 어깨 무릎 발 다리 안 쑤시는 곳이 없음에 모든 건 꽁으로 얻어지지 않는구나 세상의 철학을 새삼스레 배우기도 한다.


물리치료 받으러 다니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. 채소는 그냥 사먹는 게 싸고 편하다. 그렇지만 나는 이 작은 밭에서 움트고 자라나는 나를 매일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하다.

내가 밭을 키우는 게 아니라 밭이 나를 키우는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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